을지로에 위치한 카페 '적당'은 '붉을 적(赤), 엿 당(糖)'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양갱, 그리고 그 주재료인 팥을 주제로 풀어낸 디저트와 음료가 인상적인 곳이다. '마스터셰프 코리아 2'에서 한국식 젤리를 만들어 큰 호평을 받았던 김태형 대표는 양갱이 가지고 있는 올드한 이미지를 벗겨내고, '적당'이라는 공간에서 모던한 디저트로 양갱을 재탄생시켰다.
빌딩 숲이 가득한 을지로입구역 대로변에서 한 블록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면, 건물 안 조용히 숨어 있듯 자리 잡은 '적당'을 발견할 수 있다. 내부로 들어서면 중앙 좌석에 깔린 레드 카펫과 원목의 조화가 레트로한 느낌에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공간 전체를 감싸는 플랜테리어가 편안한 느낌을 준다. 모래와 돌로 꾸며진 쇼케이스에 조용히 놓여 있는 양갱들을 둘러보고 정적인 공간에 앉으면, 바쁜 일상에 치여 지친 마음에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스쳐 불어오는 것만 같다.
메뉴 구성
양갱을 주제로 한 카페인만큼 다양한 종류의 양갱이 준비되어 있다. 익숙한 밤양갱이나 녹차양갱부터 이름부터 생소한 초콜릿양갱, 흑당양갱, 오렌지양갱까지 그 스펙트럼이 넓다. 양갱은 부드러우면서도 찰진 식감 속에 종류별로 다른 부재료들의 은은한 맛으로 신선함을 주는데, 가볍고 새로운 디저트로서의 양갱을 만들기 위한 적당의 노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외에 아이스크림 모나카와 백설기를 사용한 앙버터도 있다.
음료로는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라떼 등 커피 메뉴와 팥차, 얼그레이 등 차(茶) 메뉴, 그리고 팥라떼, 말차라떼, 밀크티 등이 있다. 차 메뉴는 적당이 만든 차 브랜드 '차적당'의 차를 사용하는데, 특히 팥차는 국내산 팥에 호박, 대추, 허니부쉬를 넣어 맛과 향을 더했다. 양갱, 팥차, 팥라떼 등 팥을 사용한 메뉴들은 그 특성에 맞추어 맛과 당도가 다른 팥을 사용한다고 하니 팥을 향한 적당의 진심과 세심함을 엿볼 수 있다.
매직아워
적당의 매직 아워는 오픈 시간 무렵이다. 점심시간으로 주변 일대가 북적이기 전에 방문하면 마치 명상을 하듯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은은한 자연의 향기를 주는 여러 식물에 둘러싸여 있으면, 대나무 분수에서 조르르 물 떨어지는 소리가 리듬을 이루며 들린다. 그 위로 포개지는 잔잔한 음악에 살짝 눈을 감으면 바쁜 일상에 치여 갖지 못했던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꽃을 연상시키는 도자 그릇과 자그마한 나무 소반 위에 소담하게 놓여 있는 양갱을 한 입 베어 물고 음료를 곁들이니, 을지로 한복판이 아니라 어느 한적한 숲속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 꽃을 연상시키는 도자 그릇과 자그마한 나무 소반 위에 소담하게 놓여 있는 양갱을 한 입 베어 물고 음료를 곁들이니, 을지로 한복판이 아니라 어느 한적한 숲속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
에디터의 추천 디저트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오렌지양갱과 초콜릿양갱을 추천하고 싶다.
오렌지와 양갱의 조화에 의구심을 가졌지만 의외로 환상의 조합을 보여 준다. 오렌지의 새콤달콤한 맛이 은은하게 녹아 있는데, 달콤한 맛보다는 새콤한 맛이 조금 더 뚜렷하다. 양갱 속에는 오렌지 제스트가 들어 있어 특유의 시트러스향이 짙게 들어오고, 식감도 재미있다.
초콜릿양갱은 서양 디저트와 K-디저트의 접점을 찾은 메뉴라 할 수 있다. 초콜릿과 양갱의 매력을 조화롭게 담아 어느 것 하나 튀지 않는다. 초코퍼지와 젤리 그 사이 어딘가의 질감에 깊은 초콜릿 향이 느껴진다. 과하게 달지 않으면서도 진한 카카오 향과 맛이 난다. 커피와도 잘 어울려 함께 곁들이기에 좋다.
에디터의 추천 음료
평소 라떼 음료를 즐겨 마신다면 팥라떼를 마셔 보는 것을 추천한다. 팥라떼는 팥소와 우유를 함께 갈아내어 만드는데, 팥의 단맛을 우유가 부드럽게 감싸 고소한 풍미를 낸다. 두 재료가 조화를 이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팥의 맛과 어딘가 다른 뉘앙스를 주며, 밤 맛 아이스크림을 연상시키나 그보다는 리치하다. 건강한 맛이라 느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양갱이나 백설기 앙버터와 같은 다른 디저트와도 잘 어울려 함께 먹기에도 좋다. 고소한 풍미를 온전히 느끼려면 따뜻하게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고메 365의 선정 이유
최근 들어 전통 간식을 주제로 한 카페들이 여럿 생겨나고 있다. 적당도 그중 하나이지만 그들과는 결이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주문 제작한 나무 소반, 도자 그릇을 사용한 정갈한 플레이팅, 양갱을 포장하면 담아주는 패키지의 디자인 등에서 한국적인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다. 동시에 인테리어나 공간 구성, 그리고 양갱의 종류 등에서는 한국적인 것들을 덜어내고 모던함과 세련됨을 담아내어 양갱이라는 주제에 자칫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 젊은 세대도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갈 수 있게 했다. 문화가 시시각각 바뀌고 휩쓸려 나가는 현대 사회에서, 대표가 상호에 숨겨놓은 또 다른 의미인 '적당함의 미학'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주변에 같이 가볼 만한 곳
청계천
서울의 한복판인 종로구와 중구와의 경계를 흐르는 하천으로 길이 10.84km, 유역면적 59.83㎢이다. 1958년부터 토목 공사가 시작되어 1977년 땅속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던 청계천은 2005년에 복원을 완료했다. 이후 청계천은 도심의 휴식 공간 및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환구단 황궁우
환구단(圜丘壇)은 천자가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곳으로, 일명 환단(圜壇)이라고도 한다. 1967년 7월 15일에 사적 제157호로 지정되었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 조선철도호텔을 건립하면서 환구단이 철거되고, 현재는 신위를 모셨던 황궁우만 남아있게 되었다.
덕수궁
서울시 중구에 있는 조선 시대의 궁궐로 1963년 1월 18일 사적 제124호로 지정되었다. 원래 명칭은 경운궁(慶運宮)이지만, 1907년 고종이 순종에게 양위를 한 뒤 이곳에 살자 고종의 장수를 빈다는 뜻에서 덕수궁(德壽宮)으로 개칭되었다.